편집국 편집장 “인사가 만사? AI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이다”
생성형 AI가 바꾸는 인사관리, 누가 생존하고 누가 탈락하는가
“사람이 자산이다”라는 문장이 무색한 시대다. 기술이 성과를 평가하고, AI가 면접관이 되는 현실에서, 조직은 묻는다. ‘우리는 사람을 어떻게 관리해야 살아남을 것인가?’
2025년 봄,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에 모인 250명의 인사전문가와 학자들은 똑같은 질문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한국인사관리학회 춘계학술대회, 주제는 ‘생성형 AI 시대, 기업의 생존 전략’이었다. 더 이상 이 문장이 거창한 담론은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인사관리’를 재정의해야 하는 시대. 기업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사람을 자르는가, 아니면 사람을 바꾸는가.
실적 좋은 기업이 왜 해고부터 하는가
‘1등 기업의 아이러니’, AI 혁신 앞에 인사는 재편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년 한 해 동안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도, 1만 명을 감원했다. 올해는 추가로 6,500명을 더 줄이기로 했다. 고성과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내부직원들이 충격에 빠졌고, 해고된 개발자의 아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렇게 적었다. “남편은 한 번도 결근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알고리즘이 그를 해고했어요.”
MS는 “AI 중심 사업 전환을 위한 조직 슬림화”라는 설명을 내놨다. 오피스, 애저, 코파일럿 같은 AI 중심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불필요한 계층을 과감히 제거한다는 것이다. AI는 사람을 대체하지 않지만, '기존의 사람 배치 구조'를 대체하고 있다.
메타플랫폼은 2025년 들어 3,600명을 감원했다. 그 안에는 메타버스를 주도하던 리얼리티 랩스 인력이 포함돼 있다. 구글은 전체 인력의 6%인 12,000명을, 아마존은 400명을 각각 줄였다. 공통된 메시지는 분명하다. 실적이 좋아도 구조조정은 계속된다. AI로 조직을 재정의하고, 비용을 효율화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현재라는 것이다.
HR, 데이터와 감성의 경계에서 재구성되다
AI가 면접을 보고, 알고리즘이 퇴사를 결정하는 시대
2026년까지 기업의 20%가 조직구조를 수평화하고, 중간관리직의 절반을 없앨 것이라는 가트너의 예측은 공허한 경고가 아니다. 이미 인텔은 올해 2만 2,000명을 해고했으며, 그중 상당수는 중간 관리자였다. 립부 탄 인텔 CEO는 이렇게 말했다. “중간 관리자가 많으면 조직은 느려진다. 빠르고 민첩한 조직이 되려면 과감히 계층을 줄여야 한다.”
이처럼 AI는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도구가 아니라, 인사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평가, 면접, 성과관리 등 HR의 거의 모든 요소는 자동화되고 있다. 아마존, 메타, 알리바바 등 글로벌 테크기업은 AI 면접, AI 성과예측, AI 리더십 진단을 이미 실무에 활용 중이다.
2019년 PwC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63%는 “AI 기반 인사관리가 인재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2025년, 그 예측은 현실이 됐다.
반대로 뛰는 국내 기업…“충성도는 아직도 연공서열로 본다”
퇴사율, 인재 이탈, 조직 무기력…한국 HR의 적신호
국내 기업은 여전히 구시대적 인사관리를 고수하고 있다.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의 60.9%가 입사 1~3년 이내에 퇴사한다. 그 원인은 단순하다. 성과와 보상이 연계되지 않고, 조직문화가 수직적이며, 일과 삶의 균형을 무시한다.
퇴사 후 조직에 남는 것은 공허함이다. 교
육비는 회수되지 않고, 남은 직원은 떠난 동료의 일을 떠맡는다. 이로 인해 조직 피로도는 가중되고, 다시 퇴사를 부른다. 악순환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주인의식은커녕, ‘회사에 투자하는 감정’조차 생기지 않는다. 성과를 내면 보상받고, 자율과 책임이 주어지며, 성장 기회가 보장되어야만 MZ세대는 ‘머무를 이유’를 찾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참아야 성공한다”는 20세기식 조언만 반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년 한 해 동안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도, 1만 명을 감원했다. 올해는 추가로 6,500명을 더 줄이기로 했다.
해법은 기술과 사람의 결합
HR테크 스타트업이 바꾸는 인사관리의 현장
답은 ‘사람을 덜 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더 잘 쓰는 것’이다. HR 테크 스타트업은 이 해법을 기술로 구현하고 있다. 성과관리 솔루션 ‘클랩(CLAP)’은 조직과 개인의 목표를 연결해 실질적인 성장 경험을 제공한다. 이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은 근속기간이 평균 30% 증가했고, 성과관리 업무시간은 80% 줄었다.
수시 채용 문화 확산에 대응한 ‘그리팅(Greeting)’은 채용 전 과정의 자동화를 지원한다. 사진 그리팅 홈페이지
또 다른 예는 ‘시프티(Shiftee)’다. 통합 인사관리 시스템을 통해 출퇴근, 일정, 급여, 인사기록을 자동화하며, 2023년 5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 현대, 우아한형제들까지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며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수시 채용 문화 확산에 대응한 ‘그리팅(Greeting)’은 채용 전 과정의 자동화를 지원한다. 특히 반도체·배터리·첨단소재 산업군에서의 도입률은 230% 이상 증가했다. 현대오토에버, SM엔터테인먼트, KB증권, 카카오페이 등도 이미 도입을 완료했다. 이들은 HR을 ‘비용’이 아니라 ‘전략 자산’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수시채용과 직무 중심 시대, 인사의 판이 바뀌다
MZ세대는 ‘조직’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에 머문다
신입사원은 더 이상 조직 충성도를 기대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회사를 다닌다’기보다 ‘커리어를 설계한다’는 감각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연공서열보다 ‘역할과 성장’이 중요하다.
경력직 중심의 수시 채용은 이러한 흐름에 기름을 붓고 있다. 공
채는 점차 사라지고, 직무 기반 수시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 최장호 서강대 교수는 “신입사원을 성과를 내는 인재로 키우려면 최소 5년이 걸리지만, 경력직은 당장 투입이 가능하다”며 “직무 기반 채용이 필연적 흐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인사관리자는 이제 ‘조직 충성도’를 기대하기보다, ‘조직의 의미와 성장의 기회’를 설계하는 역할로 재정의돼야 한다. 그때 사람은 비로소 조직을 선택한다.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왼쪽부터 다섯 번째)이 마사회 MZ세대 직원들과 부채를 만들며 소통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AI 시대에도 결국 사람이다
"인사는 여전히 만사다. 다만, 다른 방식으로."
2025년의 기업은 세렝게티 초원과 같다. 누구든 생존하기 위해 달려야 한다. 사자도, 가젤도.
조직은 AI를 무기로 효율화 전략을 시도하고, 사람은 그 사이에서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람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잘 쓰는 철학이다.
한국인사관리학회 전상길 회장은 “AI가 발전할수록, 인사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진다. 기술이 못하는 부분은 결국 사람의 감각이기 때문”이라며, “기술과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새로운 HR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인사가 만사인가? 그렇다. 다만, 그 인사는 더 이상 단순한 인사배치나 서열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 전략의 중심이자, 생존과 성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서의 인사다.
그 사람을 누구로 할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