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기자 [CEOin PREMIUM=이상용 기자]
DB그룹, ‘오너 경영’ 접고 전문경영인 체제로…81세 이수광 회장 선임
김남호 명예회장 추대…창립 이후 첫 ‘비오너 회장’ 체제 돌입
창립 50년 만에 첫 외부 CEO 체제…‘변화냐, 안정이냐’ 기로에 선 DB
이수광 체제 개막, 그룹 중흥 이끌 ‘베테랑’ 승부수
재계 40위권 내 굳건히 자리한 DB그룹이 창립 반세기 만에 중대한 변화를 선언했다.
‘2세 경영인’ 김남호 회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이 맡게 되면서 그룹은 사상 첫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1979년 입사 이후 그룹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이수광 신임 회장 체제는 ‘변화 속의 안정’이라는 DB식 승부수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1979년 동부그룹 입사 이후 DB고속과 DB손해보험 등 핵심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거친 정통 ‘DB맨’이다.
DB그룹은 6월 27일, 이사회를 통해 이수광 전 사장을 신임 그룹 회장으로 공식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979년 동부그룹 입사 이후 DB고속과 DB손해보험 등 핵심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거친 정통 ‘DB맨’이다. 특히 DB손해보험을 업계 2위로 올려놓은 일등공신으로 꼽히며, 경영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를 기반으로 내부에서도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선다. DB그룹 창립 이래 처음으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그룹 전체를 이끄는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부터 5년간 회장직을 맡아온 김남호 회장은 이날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2세 경영의 막을 내리고, DB는 본격적인 ‘시스템 중심 경영’, 즉 전문경영인 체제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DB그룹은 그동안 오너 중심 체제 속에서도 보험·금융·전자·소재 분야에서 안정적 수익구조를 구축해왔다. 특히 DB손해보험은 매년 수천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며 금융계열사 중에서도 그룹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이 회장이 손해보험사 CEO로서 쌓은 경험은,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김남호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배경에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탈세습 경영’ 실험이 있다”며, “이는 창업 1세대 기업들이 겪고 있는 세대교체 이슈 속에서 DB그룹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DB 내부에서는 이수광 회장이 그룹의 수익성 회복과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그리고 차세대 경영인 육성의 기반 마련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조직 재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김 회장이 자리를 물러났다고는 해도 명예회장으로서 전략적 조언자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DB그룹의 이번 리더십 교체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창업주에서 2세로 이어졌던 ‘피의 승계’ 대신, 실적과 신뢰로 검증된 리더에게 바통을 넘긴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81세의 나이에 그룹을 이끄는 베테랑 이수광 회장과, 조용히 물러난 김남호 명예회장. 이들의 선택은 재계의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 실험이자, DB그룹의 다음 10년을 설계하는 전략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