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범 기자 [CEOin PREMIUM=김진범 기자]
이번 국세청의 전방위 세무조사는 단순한 세금 추징 차원을 넘어서, 자본시장 질서 확립과 국가 신뢰 회복이라는 기조 아래 이루어졌다. 특히 이번 조사 대상 27개 기업은 단순한 ‘실수’ 수준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반복적인 사기 행위, 즉 자본시장의 구조적 악성종양으로 지목된 대상들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단순히 세금 탈루를 적발하는 것이 아니라, 허위공시→주가급등→차익실현→탈세→법인파산이라는 전형적인 주가조작 루트를 정조준한 것”이라며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허위공시 기업 9곳은 공통적으로 신약 개발, 바이오, 이차전지, AI 등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 테마 산업을 내세워 허위 정보를 공시한 후 주가를 급등시켰다. 평균적으로 허위공시 후 64일 만에 400% 폭등, 그 뒤 폭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 사이 대주주와 내부 관계자들은 친인척이나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투자조합을 통해 수십억 원씩 차익을 실현하고, 과세 기준을 피하기 위해 거래 단위를 50억 원 미만으로 쪼개는 ‘분산 매도’를 일삼았다. 이 같은 편법은 2023년 주식 양도세 기준이 50억 원 이상으로 상향되며 더욱 악용됐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이는 사실상 세법 허점을 노린 주가조작형 탈세 범죄”라며 “관련 세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먹튀’ 수법도 다양하다. 이번에 적발된 8개 기업은 소위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세력들이 사채나 차입금으로 우량 중소기업을 인수한 뒤, 자금줄을 악의적으로 유용해 법인을 껍데기만 남기고 파산시킨 케이스다. 이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회사 자금이 고가 외제차, 명품, 고급 유흥비용으로 흘러갔다.
특히 이들은 인수 직후 허위 공시를 통해 주가를 띄운 뒤 고점에서 매도해 자금을 회수하고, 기업을 파산시키는 방식으로 “인수-횡령-매도-파산”이라는 일종의 시나리오를 반복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와 채권자에게 돌아갔다.
탈세는 비단 주가조작 세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장기업 지배주주들의 편법 승계와 내부자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 전통적 ‘재벌 탈세’ 패턴도 여전했다.
국세청 조사 결과, 지배주주들의 자녀들은 수백억 원 규모의 자산을 상속 또는 증여받으면서도, 이를 약 92% 축소 신고해 세금을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불공정한 합병비율 설정, 부당한 자금 이동 등을 통해 자산을 불리는 한편, 법인세·증여세·양도소득세 등 핵심 세금은 모두 회피한 것이다.
이번 조사 발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예고한 ‘코스피 5000 시대’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강경한 조치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앞서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도 지난 23일 취임사에서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교란행위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이며, 이에 대한 철저한 세무조사는 국세청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 기업과 관련자 대부분은 단순한 ‘세금 누락’ 수준이 아닌 형사 처벌이 가능한 수준의 사기·횡령·배임 혐의가 걸려 있다. 국세청은 이번에 적발된 수십 건을 검찰, 금융감독원, 공정위 등과 즉시 공조해, 시세조종·허위공시·기업사냥 등의 범죄를 형사처벌로까지 연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첫 번째 단추를 끼웠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세청의 조사는 무너진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걷어내기 위한 총력전이다. 허위공시, 먹튀, 탈세는 단순한 부도덕이 아닌 국가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암세포다.
자본시장을 교란하고 투자자를 기만한 세력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세금 환수가 끝까지 이어질지, 그 성과는 한국 시장의 ‘질적 도약’ 여부와 직결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주가조작과의 전면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