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편집장 “겉보다 내실을... 150만 조직 경우회,
‘정도(正道)’로 국민 앞으로”
주상봉 대한민국재향경우회 회장 인터뷰
“보이는 안전, 보이지 않는 신뢰”
대한민국의 치안은 숫자보다 체감에서 평가된다.
OECD의 ‘사회안전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기준 치안안전 부문 2위, 살인율 10만 명당 0.7명으로 OECD 평균(2.6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국민 체감 안전도는 그보다 낮다. 경찰 1,000명당 인구 수는 2.1명, 일본(2.8명)과 영국(3.0명)에 비해 적고, 도시화·고령화로 인해 경찰의 대응 부담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 수치의 이면에는 ‘보이는 경찰’보다 ‘보이지 않는 신뢰’의 문제, 그리고 그 신뢰를 다시 세우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다.“정직하고 정도를 가는 경우회를 만들겠다…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는 경우회가 되자.”
주상봉 대한민국재향경우회 회장의 인터뷰 첫 마디는 ‘기본’에 대한 언급이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겉보다 속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표면의 조직보다 근본의 신뢰, 그것이 그가 말하는 ‘정도(正道) ’의 출발점이었다.
“이제는 찾아가는 조직이 아니라 찾아오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우회가 국민의 신뢰 속에서 ‘보이는 봉사’를 이어간다면, 그 자체가 대한민국 치안의 또 다른 방패가 됩니다.”37년 경찰 인생의 뿌리 ... “정년은 자식에게 남기는 가보”
주상봉 회장의 경찰 인생은 1980년대 초반, 사회가 혼란과 불안을 반복하던 시기에 시작됐다. “처음 경찰이 된 건 계획이 아니라 우연이었죠. 하지만 막상 현장에 서니 한 번쯤은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37년을 복무 했다. 폭설 속 교통 통제, 장마철 하천 순찰, 가족 생일조차 놓친 밤. “공직자가 정년 퇴직을 하는 것은 자식들한테 가보라고 생각해요. 반드시 바르게 해서 정년퇴직하자고 후배들에게 늘 말했습니다.”
그가 몸으로 겪은 경찰의 무게는 한 조직의 통계로 환산하기 어렵다.경찰의 역할은 단순한 범죄 대응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안정성 유지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2023)는 “치안지수가 1% 개선되면 지역 내 생산성은 0.4%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주 회장은 “치안은 경제와도 직결된다. 범죄가 줄어들면 그만큼 지역의 투자와 소비가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그가 퇴직 후에도 ‘경찰의 가치’를 붙잡은 이유다. “경찰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입니다. 국민이 바르고 책임감이 있으면 경찰도 그렇게 움직이죠.”
‘대화경찰’의 시대 ... 강한 경찰보다 현명한 경찰
갈등보다 합의, 현장 미학
주 회장의 경찰 경력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화와 조정이다.
“갈등의 현장에서 첨예한 분쟁을 중재해 최선 혹은 차선의 합의를 이뤄냈을 때 보람이 컸습니다.”
그는 노사분규, 철거현장 등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사건에서도 강경 진압보다 협상을 택했다.
그의 현장기억은 화려한 검거담이 아니다.
2000년대 초 경기 남부의 한 시위 현장에서 그는 교섭단체 대표를 직접 만나 철거·노사 분쟁에서 강경 일변도 대신 대화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현장을 마무리 했다.오늘 경찰이 ‘대화경찰’로 불리는 배경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강한 경찰보다 똑똑한 경찰, 그가 믿는 치안의 방향이다.
그는 이 경험을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치안”이라고 불렀다.
오늘날 OECD는 ‘신뢰 기반 거버넌스’를 강조하며, 사회적 갈등이 GDP 성장률에 미치는 비용을 연간 3~4%로 추정한다. 주 회장은 “경찰의 대화능력은 경제적 효율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누군가의 분노를 잠재우는 것이 결국 국가의 손실을 줄이는 일입니다.”

경찰의 역할과 인력 보강 . “보이는 경찰이 예방한다”
제도 현안,
국립묘지법 개정과 조직 충원
그는 국립묘지법 개정 논의도 “경찰 30년 이상 정년퇴직자”에 한정된 안장 기준을 “정년 조건을 빼고 ‘퇴직자’로” 바꾸는 방향, 그리고 “20년으로의 조정” 의견이 현장에 있다는 점을 전했다. 다만 판단은 관계기관과의 지속 협의 해야될 사안이다는 것.
또한 주 회장이 가장 강조한 화두는 인력이었다.치안의 최전선에 관해선 단호했다.
“걸어다니는 경찰, 자전거 타는 경찰이 국민들 눈에 많이 보여야 예방이 됩니다.” 묻지마 범죄, 아동 유괴 불안이 커질수록 ‘보이는 순찰’의 상시화를 위해 인력 충원과 가시적 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전은 100번을 얘기해도 모자라거든요.”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한국 경찰 1인당 담당 인구는 약 476명으로, 일본(361명), 프랑스(325명)보다 높다. OECD 평균(300명대 중반)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그는 “안전은 100번을 얘기해도 모자라다”며 순찰 인력의 가시성을 강조했다.
“시민은 경찰이 보일 때 안심합니다. 인공지능이나 CCTV보다 먼저 필요한 건 사람의 눈이에요.”실제 범죄학 연구에 따르면, 순찰 경찰의 노출 빈도가 높은 지역은 강력범죄율이 30% 낮다(2022, Harvard Kennedy School). 그는 “AI 치안보다 ‘사람 치안’이 먼저여야 한다”며, 경찰 인력 충원을 단순한 공무원 확대가 아니라 사회 안전 투자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경찰이 많아지면 복지 지출이 줄어듭니다. 국민이 안심해야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어야 경제가 돌아가죠.”

‘정도 경영’. 조직의 뼈대부터 다시 세우다
내실이 이긴다. “지역회가 살아야 경우회가 산다”
주 회장이 이끄는 대한민국재향경우회(이하 경우회)는 1960년 창설, 1963년 법 제정 이후 전국 150만 명의 회원을 둔 전·의경 퇴직경찰인의 최대 네트워크다.현재 전국 23개 시·도회와 297개 지역회, 회원 약 150만 명. 각종 봉사·치안협력·교육·장학 사업을 수행한다.
주상봉 회장은 취임과 함께 재정·거버넌스의 초점을 중앙에서 지역으로 옮겼다.
“중앙에서 방만하게 운영하던 예산을 확 줄여서, 지역회가 살아야 경우회가 산다는 생각으로 환원시키고 있다.” 지역회 보조금이 “불과 몇십만 원일지라도” 우선순위는 지역의 자생력 회복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사업 확장은 유보하고, 조직 정비와 투명 운영부터 바로잡겠다는 뜻이다.
“지역회가 살아야 경우회가 산다. 회비 일부를 환원해 지역이 직접 움직일 수 있게 했습니다.”
즉 그의 핵심 구상은 분산형 운영’이다. 중앙이 통제하기보다 지역이 자율적으로 봉사·교육·복지사업을 기획하게 하고, 중앙은 지원과 감독에 집중한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지역회 주관 봉사활동은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 회장은 “지역이 움직이니까 국민이 느낀다”고 평가했다.
경우회의 본질 , “보이는 봉사, 실질적 봉사”
본연으로의 회귀, 치안 지원·사회안전망 봉사
그가 말한 경우회의 ‘본연’은 명확하다. “경찰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봉사에 치중”하는 것. 학교안전지킴이·학교보안관, 약자보호 순찰(둘레길 포함), 마약·교통안전 캠페인, 각 경찰서 수사·교통·민원상담 지원 등 전국적 봉사 프로그램을 더 체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외형 사업보다 ‘보이는 봉사’를 통해 신뢰를 쌓겠다는 선택이다.
또한 최근 아동대상 범죄 빈발에 안전한 학교길 만들기에 경우회가 적극 봉사 활동을 펼치고있다.
주회장이 말하는 경우회의 본질은 단순한 친목단체가 아니다.
“경찰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봉사에 치중해야 합니다.”
현재 경우회는 학교안전지킴이, 마약 예방, 노인·아동 보호 순찰 등 5대 공공안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전국 13만 건의 지역 봉사가 진행됐다.
그는 “외형 사업보다 보이는 봉사를 해야 한다”며 “국민이 체감하는 봉사가 진짜 봉사”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중앙회는 올해부터 ‘경찰 가족 안전망 사업단’을 신설, 회원들의 자원봉사 기록을 경찰청 시스템과 연동해 봉사 포인트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경찰관이던 시절의 사명감을 그대로 사회에 연결하는 게 경우회의 존재 이유입니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이하 경우회)는 1960년 창립, 1963년 법제화 이후 60여 년간 이어져 온 퇴직 경찰인의 조직이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회와 226개 지역회, 회원 약 150만 명. 각종 봉사·치안협력·교육·장학 사업을 수행한다. -사진 주상봉 회장사회적 신뢰와 정의 ... “법·규정·원칙이 지켜지는 사회”
주상봉 회장은 ‘정의’라는 단어를 매우 절제된 어조로 말했다.
“법과 규정과 모든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가 정의죠. 합의된 바탕을 우리가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정의입니다.”
이 짧은 문장은 그가 37년 동안 일선 현장에서 체득한 원칙을 응축한다.
OECD의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2024)에 따르면, 법집행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국가경쟁력지수와 상관계수 0.68을 보인다. 즉, 법과 원칙을 믿는 사회일수록 경제도 강하다.
그가 “정의는 말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절차가 바로 국가의 품격”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현재 경우회는 학교안전지킴이, 마약 예방, 노인·아동 보호 순찰 등 5대 공공안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전국 13만 건의 지역 봉사가 진행됐다. ‘찾아오는 경우회’, 제2의 일자리와 미래 비전
주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찾아오는 경우회”를 여러 번 언급했다.
“우리끼리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선배가 존경받는 문화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습니다.”
그의 계획은 세 갈래다.
먼저 퇴직 경찰을 위한 제2의 일자리 창출. 경비·보안·안전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민간 시장과 연계한 일자리 플랫폼 구축 하는것. 두 번째로 교육 강화다. 중단됐던 경비지도사(경변) 교육을 재개해 교육 인원을 2배로 확대, 교육비는 평균 30% 인하 마지막으로 복지와 의료 지원의 통합. 회원 건강검진 지원과 법률상담센터 확대를 추진 중이다.
그는 “이제는 찾아가는 조직이 아니라 찾아오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우회가 국민의 신뢰 속에서 ‘보이는 봉사’를 이어간다면, 그 자체가 대한민국 치안의 또 다른 방패가 됩니다.”
“발걸음을 똑바로, 후배의 이정표가 되기 위해”
지역사회에 남긴 발자국..장학·체육·문화
리더의 기준, “대인춘풍, 지기추상”
주회장은 은퇴 후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용인에서 그는 인재육성재단 이사장(5년)으로 연 700명, 약 7억 원규모의 장학 지원 틀을 운영했고, 성적 중심 장학을 4차산업·AI·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분야로 다변화했다. 장학금 이자 부담을 지자체가 떠안는 모델을 전국 최초로 도입해 청년의 신용 추락을 막자는 제안도 밀어붙였다. 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는 경기도민체전 유치를 성사시켜 “전국체전보다 잘했다”는 평가를 이끌었다. 지역사랑은 처인성 문화재 지원 같은 역사문화 복원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가는 길이 조금 돌아가더라도 정도여야 합니다. 발걸음을 똑바로 해야 뒤따라오는 후배들의 이정표가 됩니다.”마지막으로 좌우명을 묻자 대답은 간결했다.“대인춘풍, 지기추상.”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현직 시절에도 “상석을 고집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그는, 약자 보호와 경청을 조직문화의 뼈대로 삼아 왔다고 했다. 권위보다 품격, 지시보다 동행. 그는 이를 불교의 하심과 연결해 설명했다.
주상봉 회장의 인터뷰의 마지막 이야기를 천천히 말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조금 돌아가더라도 정도여야 합니다. 발걸음을 똑바로 해야 뒤따라오는 후배들의 이정표가 됩니다.”
화려한 쇼보다 정갈한 운영, 외연 확장보다 내실과 신뢰 회복.
그가 말하는 ‘정도(正道)’는 결국 한 사람의 철학이자 경우회 150만 명의 방향이 될 것이다.
그 길의 끝에서, 국민은 ‘보이는 안전’과 ‘보이지 않는 신뢰’ 사이의 균형을 ‘일상’에서 체감하게 된다.
그것이 그의 37년 경찰 인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