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희 [CEOin PREMIUM=홍태희 ]
범현대가, 3세 경영 전면 가동…
승계의 속도는 같지만 ‘해결해야 할 방정식’은 제각각|
정의선은 지배구조 개편·지분 승계 동시 해결, 정기선은 증여세 재원 마련이 관건… 정지선은 안정권 진입
범현대가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3세 체제로 전환하며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모두 3세 경영을 맞았지만, 각 기업이 풀어야 할 승계 과제와 지분 셈법은 크게 다르다. 정의선·정기선·정지선으로 이어지는 각기 다른 ‘승계 시나리오’가 그룹별 향후 거버넌스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범현대가가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 HD현대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핵심 계열사의 총수가 모두 3세로 완전히 교체되면서다. 하지만 승계 환경은 기업별로 크게 엇갈린다.
우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경영 능력 측면에서는 이미 시장의 확고한 신뢰를 확보했다.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판매 순위 ‘톱3’에 진입했고, 전동화·AAM·로보틱스 등 신사업에서도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문제는 지배구조 개편과 지분 승계라는 두 가지 난제다.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 있다.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 → 현대모비스,현대차 → 기아 → 현대제철 → 현대모비스 → 현대차 등 복잡한 구조가 지배구조 개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 회장의 주력사 지분율도 낮다.현대차 2.67%, 현대모비스 0.32%, 기아 1.78%
사실상 그룹 전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승계해야 하지만,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까지 병행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다만 정의선 회장은 비주력사를 통해 승계 재원 마련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19.9%), 현대엔지니어링(11.7%), 현대오토에버(7.3%)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결국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 등 2018년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비교적 단순한 승계 구조를 갖고 있다. 사실상 HD현대 지주사의 지분만 확보하면 되는 구조다. 현재 정 회장은 6.12%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가진 26.6%를 증여받으면 안정적 지배력이 완성된다.
그러나 그에게는 증여세라는 막대한 자금 부담이 남아 있다. HD현대 시가총액은 약 12조 원 수준이며, 이사장 지분 전체를 승계할 경우 최대 1조 원대 세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배당 확대 등 현금 확보 전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또한 HD현대가 30년간 유지해 온 전문경영인 체제를 마무리하면서 경영 성과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조선·정유·건설기계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이미 재정비된 만큼, AI 기반 조선업 고도화, ‘MASGA 프로젝트’ 등 새로운 전략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범현대가 가운데 승계 작업이 가장 안정적으로 마무리된 곳은 현대백화점그룹이다.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이미 지주사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을 정지선 39.67%,정교선 29.14%
로 확보해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거의 없는 상태다. 범현대가 그룹 중 가장 일찍 3세 체제를 완성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한편 HDC현대산업개발, KCC, 현대그룹 등 일부 계열은 여전히 2세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의 HDC현산은 장남·차남·3남이 지분 확보를 진행 중이며,KCC는 정몽진 회장의 장녀 정재림 상무가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고,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의 장녀 정지이 전무가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이들 기업 역시 향후 중장기적인 승계 전환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은 지배구조 대수술,정기선은 재원 확보,정지선은 안정적 지분 유지이라는 서로 다른 승계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3세 체제가 본격 가동됐지만, 향후 3~5년간의 승계 구조 확정과 지배구조 개편이 범현대가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