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팀 [CEOin PREMIUM=기획팀 ]
GS 후계구도, 결국 2파전으로…
‘오너 3세 막내’ vs ‘오너 4세 맏형’ 정면 충돌하나
허용수·허세홍 부회장 동시 등판… 지분·실적·세대교체 놓고 차기 총수 레이스 본격화
GS그룹의 승계 시계가 분명히 빨라지고 있다. 최근 단행된 임원 인사를 통해 오너 일가 3세와 4세가 동시에 부회장단에 합류하면서, 사실상 차기 총수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재계 안팎에서는 GS그룹의 향후 권력 지형이 ‘오너 3세 막내’와 ‘오너 4세 맏형’ 간 2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GS그룹은 최근 인사를 통해 허용수 GS에너지 사장과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에 따라 그룹은 허태수 회장과 홍순기 ㈜GS 부회장, 그리고 오너 일가 출신 부회장 2인을 포함한 ‘회장+부회장 3인 체제’로 재편됐다. 특히 오너 일가 두 명이 동시에 부회장단에 합류한 것은 차기 총수 경쟁이 사실상 개막했음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승계 구도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시간표가 있다. 전임 허창수 명예회장은 2019년 말, 임기를 2년 남기고 용퇴를 결정했다. 당시 나이는 72세였다. 현 허태
수 회장은 1957년생으로 올해 69세다. 재계에서는 ‘포스트 허태수’ 체제를 논의할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허 회장이 취임 5년 차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당장의 교체 가능성은 낮지만, 이번 인사는 분명한 예비 경쟁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력 후보로 먼저 거론되는 인물은 오너 3세 막내인 허용수 부회장이다. 1968년생인 그는 GS그룹 창업주 고(故) 허만정의 손자이자, 고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현재 GS그룹 에너지·화학 부문의 중간지주사인 GS에너지를 이끌고 있다. 2019년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태양광, 소형모듈원전(SMR), 블루암모니아 등 신재생·차세대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적극 발굴해 왔다.
경영 성과도 눈에 띈다. GS에너지는 지난해 매출 6조원, 영업이익 2조2020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내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보였다. 올해 3분기 역시 매출 1조4468억원, 영업이익 599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23%, 74% 증가했다. 여기에 지주사 ㈜GS
지분 5.26%(승산 포함 5.56%)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라는 점은 허 부회장을 차기 총수 후보군 최상단에 올려놓는 결정적 근거로 꼽힌다.
다만 연이은 오너 3세 총수 배출에 대한 부담도 변수다. 허창수 명예회장과 허태수 회장에 이어 또다시 오너 3세가 그룹 수장을 맡는 그림이 과연 시대 흐름에 부합하느냐는 시선이다. 최근 재계 전반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는 점에서, ‘4세 경영’이라는 상징성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맞서는 인물이 오너 4세 맏형인 허세홍 부회장이다. 1969년생인 허 부회장은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그룹 내 정통 ‘캐시카우’인 GS칼텍스를 이끌고 있다. 일본·미국 글로벌 기업을 거친 뒤 2007년 GS칼텍스에 합류해 정유·석유화학·윤활유 사업을 두루 경험한 실무형 경영자다. 201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에는 사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실적 흐름은 부담이다. GS칼텍스는 2022년 사상 최대 실적 이후 정유·석유화학 업황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3분기에도 정유 부문은 개선됐지만 석유화학 부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중장기 과제까지 안고 있어, 경영 성과 면에서는 허용수 부회장에 비해 평가가 엇갈린다.
이번 인사를 통해 오너 4세들이 대거 전진 배치된 점도 변수다. 허철홍, 허진홍, 허태홍 등 4세 경영인들이 주요 계열사에서 승진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고, 허윤홍 GS건설 대표와 허서홍 GS리테일 대표 역시 실적 개선을 통해 그룹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는 허세홍 부회장에게는 우군이 될 수도,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양면적 요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부회장에 오른 두 사람이 승계 레이스에서 앞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결국 에너지 산업 재편과 신사업 전환 과정에서 누가 더 설득력 있는 성과를 보여주느냐가 차기 회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GS그룹의 후계 구도는 이제 물밑이 아닌 공개 경쟁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분과 실적을 앞세운 오너 3세의 연속성, 세대교체와 상징성을 내세운 오너 4세의 도전. 두 갈래 길 앞에서 GS의 선택은 향후 국내 대기업 승계 모델의 중요한 사례로 남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