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석 빗썸 검사 연장에 제재 수위 촉각…두나무-네이버파이낸셜 합병은 ‘지분 15%’ 변수
미래에셋, 코빗 92% 1,334억 인수 확정…법제화 이후 ‘규제+활성화’ 병행 요구 커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앞두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산업이 격랑에 휩싸였다. 60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계기로 금융당국의 고강도 검사가 본격화되면서, 징계·합병·매각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업계 1·2·3·4위 사업자가 모두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은 2위 사업자인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에 대한 검사 기간을 이달 말까지 연장했다. 단순 전산 실수 여부를 넘어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빗썸은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과거에도 유사한 오지급이 두 차례 있었으나 모두 회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고는 약 60조원 규모의 오지급이 시스템상 발생했다가 회수 조치된 사안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현장점검’에서 ‘검사’로 전환한 만큼, 단순 행정지도 수준을 넘어 과태료, 영업 일부정지, 경영진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진행 중인 IPO 일정에도 직접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시장 점유율 약 30%에 달하는 2위 사업자라는 점에서 인허가 취소 등 초강경 조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제재 수위는 위법성 판단의 강도에 달렸다”며 “빗썸 징계 수위가 향후 거래소 규제 강도를 결정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똥은 1위 사업자 두나무에도 튀었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의 국내 점유율은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15~20% 상한선이 유력하다.
두나무 최대주주인 송치형 회장 지분은 25.5% 수준이다.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1대3 비율로 합병할 경우, 송 회장 19.5%, 네이버 17% 구조가 예상된다. 만약 지분 상한이 20%로 결정되면 합병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15%로 확정될 경우 양측 모두 지분 강제 매각이라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양사는 오는 5월 말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주식매수청구권 접수는 6월 11일, 주식교환 효력 발생일은 6월 30일로 예정돼 있다. 법제화 일정과 규제 강도에 따라 합병 성사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상반기 최대 변수로 꼽힌다.
한편 4위 사업자인 코빗은 규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매각을 마무리했다. 미래에셋그룹은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코빗 지분 92%를 1,334억7,988만원에 인수했다.
매각 대상은 기존 최대주주 NXC(60.5%)와 SK플래닛(31.5%) 보유분이다. NXC가 2017년 약 913억원에 65.3%를, SK플래닛이 2021년 약 873억원에 33.2%를 각각 매입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매각가는 과거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코빗의 시장 점유율은 0.5% 안팎으로, 단기 수익성보다는 미래에셋 차원의 ‘디지털자산 기반 성장동력 확보’ 전략에 방점이 찍힌 투자로 해석된다.
3위 사업자 코인원 역시 매각설이 돌고 있지만, 창업자인 차명훈 의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 53.44%를 유지하며 독자 전략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복수 사업자 간 협업 또는 전략적 제휴 가능성이 거론된다.
문제는 규제 방향이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거래소의 내부통제, 고객자산 보호, 대주주 적격성, 지분 제한 등을 포괄하는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모든 사업자에 동일 규제를 적용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어, 점유율이 낮은 거래소도 예외는 없을 전망이다.
업권에서는 규제 강화와 동시에 시장 활성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 등 전통 금융사의 시장 참여 확대가 예고된 상황에서, 거래소가 단순 중개업을 넘어 토큰증권(STO), 디지털 커스터디, 글로벌 연계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상반기 안에 빗썸 징계 수위와 지분제한 규제 수준이 확정돼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며 “규제가 불가피하다면 그 이상의 성장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징계, 합병, 매각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지금,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산업은 구조적 재편의 문턱에 서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제의 장치’로만 작동할지, 아니면 제도권 금융과 결합한 새로운 성장 플랫폼의 출발점이 될지, 2026년 상반기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